D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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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view] BBC 셜록: 19세기의 박제된 탐정을 21세기 스마트폰 속으로 꺼내다 (부제: 2010년에 쓴 글을 2026년에 다시 꺼내보며)

    🕰️ 2010년의 기록, 그리고 2026년의 회고

    (이 글은 2010년, BBC ‘셜록’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제가 썼던 리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당시엔 이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었죠. 그 시절의 흥분을 그대로 남겨둡니다.)


    1. 셜록 홈즈에 대한 나의 ‘오래된 갈증’

    평소 장르 영화나 드라마는 즐겨 보지만, 사실 장르 문학은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만큼은 예외입니다. 제 마음속 단연 최고의 범죄 소설이죠. 무엇보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 자체가 가진 매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원조 과학 수사 스토리’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으로, 1987년도 제레미 브렛 주연의 영국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찾아보기도 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가 개봉했을 때도 상당히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로다주와 주드 로의 광팬이라 뭘 해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영화 속 셜록은 지나치게 호들갑스럽고 유쾌해서, 원작 특유의 차가운 지성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BBC가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오리지널리티’가 팍팍 풍기는 물건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드라마 <셜록(SHERLOCK)>입니다.

    Sherlock 포스터 (이미지 출처: BBC, IMDB)

    2. 마차 대신 택시, 코카인 대신 니코틴 패치

    2010년에 공개된 이 드라마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가 아닌, 21세기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합니다.

    • 이동 수단: 1987년 드라마 속 셜록이 ‘마차’를 탔다면, 2010년의 셜록은 ‘택시’를 타고 추격전을 벌입니다.
    • 중독: 원작 소설에서 코카인을 즐기던 셜록은, 드라마에서 ‘니코틴 패치’를 팔뚝에 여러 장 붙이고 금단 증상과 싸웁니다. (이런 현대적 해석, 정말 재밌지 않나요?)
    • 정보 수집: 신문을 뒤지던 셜록은 이제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정보를 검색합니다.

    인물 구조는 소설과 거의 동일하고, ‘범죄 사건’에 극도로 흥분하는 셜록의 캐릭터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소설보다 훨씬 ‘싸가지 없는’ 소시오패스로 그려져서 더 치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원작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21세기에 딱 맞는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이죠.

    3. 고기능 소시오패스와 현실적인 의사의 동거

    이 드라마의 백미는 단연 배우들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당시엔 이름도 생소했던!)가 연기한 셜록은 차갑고 우아하며 사이코 같습니다. 반면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선한 외모의 왓슨 박사, 마틴 프리먼입니다.

    Sherlock : 왓슨 박사(Martin Freeman)와 셜록 홈즈(이미지 출처: BBC, IMDB)

    괴짜인 셜록과 완벽한 대조군(?)을 이루는 왓슨. 소설에서 왓슨이 셜록의 활약상을 ‘소설’로 집필했다면, 드라마 속 왓슨은 ‘블로그’에 사건 일지를 올립니다. (조회수 대박 난 파워블로거가 되죠.)

    두 사람은 마치 ‘부부’처럼 한 집에서 살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출동합니다. 형사들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추리만 하는 셜록, 그리고 그런 셜록의 생활비를 걱정하며 현실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왓슨. 이 둘의 케미스트리는 그 어떤 로맨스보다 끈끈합니다.

    4. 비하인드: 작가의 정체와 퀴어 코드

    재밌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작가이자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로 직접 출연한 마크 게이티스(Mark Gatiss)입니다. 그는 실제로 커밍아웃한 게이이며, 본인의 이름을 ‘마크 게이(Gay)티스’라고 불러달라고 농담할 정도로 유쾌한 인물이죠.

    그래서일까요? 드라마 전반에는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주변에서 오해(?)하거나, 미묘한 퀴어 코드가 위트 있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원작에서 왓슨이 코난 도일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였다면, 드라마에선 작가의 성향이 반영되어 더욱 입체적인 관계성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 [Review] 마치며

    2010년 당시, 저는 이 드라마가 ‘파일럿’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다행히 그 바람은 이루어졌고, 시즌 4와 스페셜 에피소드까지 제작되며 전설적인 시리즈로 남았습니다.

    한때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드라마인데요, 지금(2026년 1월 현재)은 쿠팡플레이와 웨이브(Wavve)에서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다시 보기 정주행할 곳을 찾았습니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세련된 영상미, 그리고 원작을 10배쯤 더 재밌게 만드는 기막힌 각색. 아직 안 보셨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섹시한 두뇌 플레이를 놓치고 있는 겁니다.


    🕵️‍♂️ 여기서 잠깐! (비하인드 스토리)

    드라마 속 셜록은 이렇게 매력적인데, 정작 원작자인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Sherlock : 셜록 홈즈(Benedict Cumberbatch)와 짐 모리어티(Andrew Scott)(이미지 출처: BBC, IMDB)

    작가가 셜록을 절벽에서 밀어버리자 독자들이 살려내라고 협박까지 했던 이 웃지 못할 역사! 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제 지식 블로그에도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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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포스트에 삽입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